2012년 출간된 일본 대표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그간 작가가 보여준 다른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긴장과 스릴보다는 따뜻함과 기묘함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기존의 숨 가쁜 스릴러 소설에서 벗어나 신비와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천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습니다. 이 책의 줄거리와 감상, 그리고 개봉한 영화에 대한 내용까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래된 잡화점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우연히 아무도 살지 않는 오래된 상점에 숨어든 세 청년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셋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 나미야 잡화점에 모이게 됩니다. 분명 버려진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는 인기척에 그 근원을 찾던 중, 우유 상자에 놓인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발견하게 됩니다. 편지는 익명의 여성으로부터 작성된 것인데 자신의 고민과 함께 그 답장을 다시 우유 상자에 남겨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호기심에 나름의 해결책을 담아 답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대로 우유 상자에 그것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편함에는 또 다른 새로운 편지가 도착합니다. 역시 같은 여인이었습니다. 인기척도 없이, 심지어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곧장 도착하는 답장에 청년들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청년들과 여인은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추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곳 잡화점에는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편지가 계속해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이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쪽지로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고 잡화점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과거에 도착해야 할 편지가, 바로 지금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 즉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시점이 바뀌어 쪽지를 보내게 된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하나씩 공개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편지에 대한 답장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소중히 답장을 받아서 조언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사실 주인 할아버지가 아닌 어리숙한 청년들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남긴 조언은 과연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시공간을 초월한 고민 상담소
여러분은 고민 상담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내담자는 크게 두 개의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말 상대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마음. 다른 하나는 조언은 조언일 뿐, 그저 나의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한 고민을 털어놓겠다고 결심한 상대를 고르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닙니다. 정말 나를 잘 이해해 주고, 현명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신중하게 찾게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상담을 해주는 입장에선 어떤가요? 상대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온전히 나의 생각을 조언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타인과 고민을 나눈 다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기존의 고민 상담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암묵적인 규칙이 모두 깨어집니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 사람이 현명하고 인자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알고 보니 답장을 쓰고 있는 세 청년은 결점 투성이에 그들 인생의 앞가림도 버거운 천방지축 청년들일 뿐입니다. 게다가 서로는 과거와 현재라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트릭 속에서 청년들이 남기는 조언들로 인해 내담자들의 삶은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독자는 그저 그 기묘한 나비효과를 지켜볼 뿐입니다. 그러나 소설의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처럼 끝내 이들은 어떤 기적을 향해 달려갑니다. 전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내담자들과, 청년들은 하나로 연결되며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전율을 독자들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출간되었지만 10년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독자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에서도 영화와 연극 등으로 다양하게 2차 콘텐츠가 제작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2018년 2월 히로키 유이치 감독에 의해 개봉된 같은 이름의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포함해 총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잡화점의 주인인 “나미야” 역은 니사다 토시유키가 열연했으며 청년 3인조 중 리더 격인 아츠야 역할은 야마다 료스케가, 고민 상담을 요청한 예술가 역은 하야세 켄토 등이 담당했습니다. 소설의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처음에는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에 회의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방대하게 다뤄졌기에 과연 하나의 서사로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상당히 만족해 직접 세트장을 찾아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책의 여운에 깊이 빠져계신 분들이라면 영화도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신비한 환상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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