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미스터리의 최고는 바로 우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에 관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 광활한 우주 속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사는 생명체인 인간이 과연 저 캄캄하고 무한한 세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인간과 다른 외계 생명체 존재의 유무는 언제나 뜨거운 화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할 SF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은 한 인간에게 첫눈에 반해 우주를 건너온 괴짜 외계인과 그를 서서히 받아들이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 소개와 정세랑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억 광년을 건너온 외계인의 고백
주인공 한아는 환경애호가로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오래된 옷을 수선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이 있습니다. 경민은 언제나 지구 어디론가 떠나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자유분방한 남성입니다. 그런 연인이 한아는 늘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민은 캐나다로 유성우를 관찰하러 훌쩍 떠나버립니다. 그런데 돌아온 경민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기만 합니다. 전과 다르게 굉장히 다정하고, 세심하고, 한아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붓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는 먹지 못했던 가지 무침도 맛있게 먹고, 팔에 있던 오래된 흉터도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결국 한아는 경민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아는 그 지구인 경민이 아닌, 다름 아닌 외계에서 온, 경민의 생김새를 한 또 다른 존재였던 것입니다. 진짜 경민은 자신의 정체성과 외계 경민이 가진 우주 자유 여행권을 교환해서 우주여행을 떠나버린 상태입니다. 외계 경민은 어느 날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찰하던 중, 우연히 한아를 발견하고 첫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지구를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에 푹 빠진 것입니다. 외계 경민은 오직 한아만을 만나기 위해 몇 억 광년의 날아왔습니다. 이 거대한 사랑에 처음엔 당황하던 한아 역시 결국 외계 경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우주에서 여행을 하던 지구인 경민이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한아는 그런 경민이 야속하지만, 과거의 경민 또한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한아를 사랑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아픈 그를 돌보아 주고,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됩니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한아는 지구인으로서의 삶을 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홀로 남게 된 외계 경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종족과 거리, 시차, 광활한 우주마저 뛰어넘는 깊고도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지구에서 한아뿐”입니다.
우주 최고 로맨티시스트의 등장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 특히나 외계인이 인간에게 한눈에 반한다는 설정은 자칫하면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세랑 작가는 그것을 특유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녹여내었습니다.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며 지구를 지키는 인간에게 외계인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귀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외계인 경민의 진심은 그보다 더 진중하고 무겁습니다. 한아는 주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가는 여성입니다. 한아의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그 신념을 사랑한다니, 그런 고백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외계 경민이 뱉는 사랑 고백은 기존의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수십억 다른 인간들을 내가 관찰했는데, 미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도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너만 아름다웠어.” 이것이 바로 우주적 관점의 무한한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소설은 기발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코드가 상당히 많이 심겨 있습니다. 외계 경민이 돈을 벌기 위해 우주에서 온 심부름을 열심히 하는 장면이라든가, 연필을 먹고 나면 다이아몬드가 쏟아져 나온다는 식의 설정입니다. 사실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환상보다는 공포에 더욱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지구에서 한아뿐”에서 등장하는 외계인은 한없이 다정하고, 재미있고, 낭만적입니다. 잠시 현실의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무중력의 우주적 사랑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정세랑 작가
한국에서 정세랑 작가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20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자로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그 후 정세랑 작가의 발칙하고도 가볍지만은 않은 유머, 기발한 상상력에서 탄생한 이야기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한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은 2012년 발표한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출간 후에는 절판이 된 상태였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고가에 거래될 정도로 마니아 층이 탄탄한 소설이었습니다. 그 후 개정판으로 재출간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괴짜 같지만 알고 보면 한 없이 다정한 등장인물들이 특징인 정세랑 작가의 매력에 함께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더없이 무해한 친환경 SF 로맨스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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