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어디까지일까요? 바닥에서 우연히 찾은 구멍이 사실은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동굴로 연결되어 있고, 그곳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그 선택이 불러온 끔찍한 결과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지름 30cm의 구멍
호주의 남쪽 도시 마운트 갬비어. 이곳은 과거 화산 활동이 만들어 낸 분화구 호수들이 펼쳐져 있다. 그중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블루 레이크이다. 청록빛 물빛이 펼쳐내는 장관을 직접 즐기기 위해 해마다 많은 다이버들이 이곳을 찾아 호수 다이빙을 즐긴다.
하지만, 이곳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구멍이 숨겨져 있다.
구멍은 아주 우연히 발견되었다. 때는 과거 1938년. 이 근처에 살던 농부가 말을 끌고 지나가던 중, 말이 갑자기 바닥에 고꾸라지는 일을 겪게 된다. 의아하게 여긴 농부가 바닥을 살펴보자 그곳엔 지름 30cm 정도의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구멍이 나 있었다.
농부는 웬 구멍이지 싶어 그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놀라웠다. 구멍 밑으로 3-4미터 아래에는 거대한 지하동굴 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즉 그 작은 구멍은 지하 동굴의 지붕이자 입구 역할을 하던 셈이었다. 농부는 동굴이 얼마나 깊은지 궁금해져 줄자에 돌을 매달아 내려보았지만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았다.
3미터.. 6미터.. 9미터.. 그리고 마침내 돌덩이가 어딘가에 툭 걸렸다. 이때의 깊이는 36.6미터. 약 10층 건물 정도의 높이이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릅답지만 위험한 동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굴
그곳의 이름은 The shaft. 더 샤프트. 한국어로는 수직통로라는 의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선 이 좁은 구멍을 수직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먼저 입구에서 물 웅덩이까지는 약 5.5미터. 그런데 입구가 굉장히 좁다 보니 다이버가 진입을 시도하더라도 장비를 착용한 채로는 불가능하다. 일단 맨몸으로 내려간 후, 공중에 밧줄로 매달려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여기부터 난이도가 어마어마한데...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처음 농부가 줄자로 쟀을 때의 동굴의 깊이는 36미터 정도.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줄자가 닿은 부분은 호수 바닥에 쌓여있던 돌더미의 윗부분. 이 돌더미는 거대한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다. 즉 피라미드 돌을 타고 양쪽으로 각각 다른 경로로 호수를 탐험할 수 있다.
더 샤프트 동굴의 기묘한 구조
더 샤프트 동굴 탐사는 크게 세 가지 코스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지면으로부터 36미터 아래. 즉 피라미드 돌더미 윗부분까지. 여기까지는 입구에서 햇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시야확보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돌더미부터 서쪽갈래 끝까지 79미터 코스 또는 동쪽갈래 60미터 코스이다. 60미터 지점에는 툭 튀어나온 일명 선반암이라는 것이 위치해 있는데 여기까지를 찍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는 상황.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이곳은 입구 구멍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빛의 세기가 매우 약하다. 따라서 손전등이나 헤드전등이 필수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질소마취. 이는 스쿠버 다이버들이 종종 겪는 증상으로 산소 탱크 질소가 혈액에 과다하게 녹아들며 사람이 몽롱한 기분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심할 경우 다이버들은 자신이 물 속이라는 것도 잊고 호흡 장비를 빼버리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증상이다. 바로 이 60미터 지점이 인간이 질소마취를 느낄 수 있는 한계선이었다.
더 샤프트 동굴의 마지막 세번째 코스가 바로 60미터를 넘어서 120미터 까지 내려가는 최종 코스이다. 여긴 선반암에서 발을 떼자마자 엄청 가파른 급경사로 이어진다. 심지어 일말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데다가 통로가 좁아 잠수부들이 벽면을 훑고 지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벽에서 떨어진 석회암이 시야를 가려버린다. 즉 아무리 전등을 사용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코스 탐험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장비와 대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들어올 땐 볼 수 없었던 갈림길이 등장한다. 이때 한쪽은 진짜 출구, 다른 한쪽은 막다른 길로 이어지는 가짜 출구이다. 만일 가짜 출구를 선택한다면.. 메고 있는 산소통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그렇기에 호주 정부는 세 번째 코스의 진입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사건의 시작
때는 1973년 5월 28일. 더 샤프트 동굴을 찾은 8명의 다이버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허락된 코스는 첫 번째, 두 번째 코스. 가족과 친구들로 이뤄진 이들은 물론 숙련된 다이버들이었지만 동굴 다이빙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더욱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굴에 들어가기 전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바로 산소 탱크를 일반 공기로만 채운 것. 정부에선 수심이 깊은 두 번째 단계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질소마취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질소가 낮게 제작된 특수 공기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무시하고 말았다.
그렇게 어떤 위협에 처해질지 모른 채 8명의 다이버들은 한 명씩 동굴 밑으로 내려간다. 그중엔 남매 관계였던 글렌과 스테판, 크리스틴이 있었다. 맏이 었던 글렌은 두 번째 코스를 앞서갔고 가장 먼저 선반암에 도달했다. 그들은 아래에 펼쳐진 까마득한 심연을 내다보며 감탄했다. 얼마 후, 글렌은 산소레벨이 낮음을 인지하고 형제들과 동료들에게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그 순간.. 글렌을 제외한 7명의 모든 다이버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세 번째 코스로 뛰어들었다. 글렌은 깜짝 놀라 이들을 저지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벽과 부딪히며 떨어진 석회암이 시야를 차단해 버린다. 글렌은 방향감각을 잃고 공포를 느꼈고 결국 홀로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일행은 보이지 않는데..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소통의 레벨은 급격하고 낮아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과연 세 번째 코스로 들어간 7명의 일행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도대체 이들은 왜 예상에도 없던 돌발 행동을 저지른 것일까?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악명 높은 동굴. 이들은 과연 모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디바제시카 [토요미스테리]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 거대한 지하동굴, 생존자의 증언 편.
스포 주의
이 무모한 동굴탐험에서 탈출한 생존자는 8명 중 네 명. 그 후 실종된 이들의 수색작업이 시작되었으나 워낙 위험한 동굴이기에 그 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무려 7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이버의 첫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후 다시 동굴로 들어가기까지는 개선된 장비를 준비하느라 또다시 2개월이 걸렸고 그제야 두 다이버들을 건져낼 수 있었다. 이들은 서로를 포옹한 자세였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 달. 또다시 수색이 시작되어 마지막 사망자가 발견되었다. 사고발생 11개월 만의 일이다.
더 샤프트 동굴은 유달리 맑고 신비로운 청록색을 띤다. 다이버들은 이에 매료되어 이곳에 뛰어들지만 결론은 늘 비극이다. 현재 이곳은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봉쇄되지 않고 인간들을 유혹하고 있다.